그룹명/어떤부모일까?

[스크랩] 부모가 자식키우기에 실패(?)한 여러 사례들

초승달속 샛별 2010. 10. 20. 13:24

저는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립교사라서 몇 년마다 학교를 전근해야 합니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대도시 바로 옆이라
부모가 괜챦은 학생들은 일찌기 대도시로 전학가고,
결손가정이거나 너무 가난한 학생들이 잔류해서 고등학교에 올라옵니다.
반대로 부푼꿈을 안고 대도시의 중학교로 진학했으나
인문계갈 실력이 안되어서 리턴하는 학생들...
혹은 중학교에서 너무 말썽을 피워 제적시키고 싶으나
의무교육이라 제적은 못 시키고 대신 우리 학교에 집중적으로 전학보냅니다.

 

그런 우리 학교에서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봅니다.

 

1. 자녀를 올바르게 양육해야 할 부모의 부재
결혼후 얼마되지 않아 이혼 혹은 사별로 배우자를 잃은 부모한쪽은
자녀를 양육할 능력과 환경을 상실하게 됩니다.
우선 남편없이 엄마가 키우는 경우에는
돈이 없어서 밤늦게까지 엄마가 돈버느라고
자식을 방치하게 됩니다.
반대로 엄마가 없는 아이의 경우는 대부분 할머니 손에 맡겨지거나
아버지가 키운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대놓고 욕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동료학생들을 폭행하거나,
화나면 학교유리창을 와장창 깨고 다니거나,
담배에 육신이 찌들고, 밤새 술마시고 놀고는 다음날 등교안하거나
오더라도 2교시쯤 와서 점심먹고 집으로 가기도 합니다.(이 사례는 아주 극소수)
그런 학생들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 애들도 보통의 부모를 만났다면 저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2. 부모의 과도한 욕심으로 아이를 망친 경우
어느날 아침 학부형의 전화가 옵니다.
자기 아들이 늦게 등교한다고 양해해 달랍니다.
무슨 일이냐니깐
울다시피 이야길 하는데, 자기 아들이 초등 3학년 때 한자 2급을 땄답니다.
어려서 공부 잘하였는데, 중학교에서부터 차츰 떨어지고...
그래서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았지만 점점 더 떨어지고...
그래서 우리 학교에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최상위권이 될 줄 알았는데, 역시나 하위권이어서,
이럴거면 공부 다 때려치우고 학교도 자퇴하라고 소리지르고...
아들을 때렸는데, 아들도 엄마한테 반항하고...
그래서 엄마가 더 크게 야단치면서 학교 못가게 하다가
이제야 겨우 학교로 출발했다는 겁니다.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 학생의 마음이 얼마나 다쳤을까?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그날 부랴사랴 학교에 온 그 학생은 그래도 힘없이 웃으며 친구들과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그 학생은 졸업했고 이제 대학2학년이 되었습니다.
아니 되어야 했습니다.
그 학생은 전문대이지만 대학에 진학한 첫 해...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가
다른 친구들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는데 그 학생은 결국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 학생의 순진한 웃음, 그리고 그날 아침의 절망에 찬 엄마의 전화목소리.
그런데 그 학생은 이제 없습니다.
엄마는 얼마나 더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을까요?
우리가 부모로써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3. 부모만의 이기심을 차리는 경우
또다른 학생이야기입니다.
그 학생은 집도 잘 살고, 아버지도 안정된 직장이며...
엄마도 직장다니며, 자기개발에 아주 열심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공부가 너무 즐거워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다닙니다.
그거야 좋은 일인데...
 교무실에서 수학선생님이 그 학생에게 2분의1 더하기 3분의 1은?
물어보니깐 자신있게 5분의 2라고 대답하더군요.
엄마는 아들을 거의 돌보지 않습니다.
아들은 컴퓨터게임 아니면 투니버스만 봅니다.
아니 돌보고 싶어도 이제 아들은 엄마말을 듣지 않습니다.
엄마가 무어라 말하면 완전히 묵살하고 소파에 등붙이고 하루종일 리모컨조종만 합니다.
담임에게도 거짓말로 조퇴를 일삼고, 야자 도망가기 선수입니다.
엄마랑 통화를 해보니...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꼴보기도 싫답니다.
자식은 거저크는 것이 아닌데... 너무 지나친 관심도 독이지만,
부모와 자식간에 어렸을 적부터 정서적 교감과

부모에 대한 존경심, 인간적 신뢰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더군요.

 

 

 

4. 초등학교 때 공부에 질리게 하기
이 학생의 경우는 누나들이 모두 공부를 잘했고
집안도 괜챦은데, 학교폭력의 주동자가 되어서 우리 학교에 쫓겨왔더군요.
뒤에서 조종해서 약하고 힘없는 학생들 때리고 괴롭히기.
그 엄청난 덩치로 친구 머리를 내리쳐서 뇌손상을 입히기도 했으며...
이미 인근에서 소문한 동네 깡패였습니다.
어느날 윤선생교재 이야기를 했는데 수업에 잘 참여안하던 그 학생이
한마디 합니다.
아 그거요? 엄청나게 지루하고 재미없는거...
아침에 잠 좀 잘만하면 전화와서 괴롭히는거...초등 때 몇년 했어요.
진짜 싫었어요.
가만히 보니 이 학생이 기초상식이 꽤 있는 겁니다.
그래서 너 울 학교 애들치고 잘 아는데... 왜 공부안하냐? 그러니깐.
초등학교 때 하교하자마자 엄청나게 학원다니고,
과외하고... 학습지하고... 거의 쉬지 않고 공부를 했대요.
그때는 시키니깐 했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중학교에 와 보니깐 자신이 허수아비였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왜 엄마 시키는대로만 해야하나?
내가 엄마 자랑거리 되어줄려고 사는거냐?
그래서 그냥 놀았대요. 노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대요.
그러다가 중3때는 돌이킬 수 없었고, 엄청난 사고를 쳐서
울 학교로 권고전학오게 된 거죠.
그때 느꼈습니다. 어릴 때 강권으로 공부하면 이런 부작용도 있구나...

 


-위의 4가지 경우는
 어쨌거나 학교성적도 아주 낮고,
 평상시 흡연에 만성음주에 미래에 대한 희망상실을 갖게 된 경우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없어서 그렇다면 몰라도
 부모도 있고, 관심도 있고, 재력도 있는데...
 그렇게 실패?한 사례의 학생들을 보면...
 부모의 역할도 공부하고 학습해야 하는 일인가 봅니다.

 

 

5. 어떤 경우에도 포기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인근의 대도시 중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사고를 쳤나봅니다.
 예상컨대 어느 선생님에게 욕을 하고 대들고 모독을 했을 겁니다.
 그 학생 말에 의하면.... 미술새끼가 자기를 잘랐다고 합니다.
 제가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그 새끼가 왜 너같이 착한 애를 잘랐어?
 하니깐... 암튼 제 잘못도 있었지만, 한번 감정이 어긋나니깐
 미술새끼도 저를 괴롭히고, 저도 그 새끼만 보면 화가 났어요.
 그래서 중3때 이리로 쫓겨왔죠.

 제가 그랬죠.
 그래도 중3때 우리 학교로 와서 이제 고등학생도 되었쟎아.
 난 네가 좋은데... 걱정하지 마라.

 고2가 된 그 남학생... 실장도 하고 태도도 좋습니다.
 특히 일어공부를 너무 열심히 합니다.
 별도로 학원도 다닙니다.
 제가 칭찬하자 그러네요.
 일본어 관광통역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구요.

 

 

 - 중학교가 의무교육이라서 다행입니다.
   만약 제적시켰다면 그 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 학교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지치고 힘든 학생들...
   정서적으로 엉망진창인 학생들...
   가슴속에 분노와 어두움이 쌓인 학생들...
   school철자도 모르는 고등학생들...
   그들이 숨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부모의 사랑과 존중을 충분히 받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정서적 불안감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특성과 감정을 존중하지 않은 강요에 의한 공부는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양육태도는 고스란히 손자에게 전해집니다.

 


부모가 지혜로워야 함을 저역시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아이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시험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부모가 함부로 던지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좌절감만 심어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집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집니다.
나역시 한없이 부족한 부모이기도 하니깐요.
부모의 욕심과 사랑은 구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서로 의논해서 일관된 기준으로 자녀를 대해야 합니다.
부모의 태도가 일관되지 않으면 자녀는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례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온 경우
대조된 부모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엄격하다 못해 강압적이고,
엄마는 아들과 아버지사이에서 절절매다가
아버지의 지나친 엄격함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잘못을 숨겨주거나 심지어 거짓말까지 해서 아들과 공조합니다.

게다가 엄마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합니다.
보나마나 엄마도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듯한 느낌이 옵니다.
남학생도 엄마를 대놓고 무시합니다.
아들을 위해서 아들의 잘못을 숨겨주었는데,
나중에 아들이 그런 엄마를 협박합니다.

 

 

그런데 그런 가정도 남보기엔 그럴듯하다는 겁니다.
자식 문제가 곪아터지니깐
학교에서 그런 불균형한 가족관계가 노출되는 겁니다.
자식교육은 엄마만의 일이 아니며,
부모의 협력과 일관된 교육방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의논했습니다.
작은일 하나라도 노력해서 칭찬해 주자구요.
다만 추상적인 칭찬이나 부모의 희망사항을 칭찬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칭찬을 하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너는 머리가 좋아" 라는 칭찬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을 주며, 머리가 좋음을 증명하는 것은
공부안하고도 성적잘나오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오늘 수학공부를 이만큼이나 했구나."
그러면서 어깨를 두드려 줍니다.
물론 마음을 담아서요.


우리집도 수다스런 칭찬이 넘치도록 실천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왜 그것이 중요한지를 특히 자식농부님 덕분에
더욱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특수하고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저도 느낀 바가 있어서 한번 글을 올려봅니다.

출처 : 사교육비 절약하는 학습법
글쓴이 : 문리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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